사랑니를 뽑고 나와서 솜을 입에 물고 연극을 보러 갔다. (사랑니는 보험처리가 돼서 3만 원이었다.

 

치과를 나왔는데 갑자기 누가 말을 걸었다. 과제 하는 대학생인 척 하는 사이비들이었다. 그 사람들은 설문조사 과제인 척 접근을 하더니 곧 도에 대한 얘기를 시작했다. 나는 연극 시간이 다 되어간다고 대답하려 입을 열었다. 그 순간 입에 고여 있던 핏물이 입가로 약간 배어 나왔고 그 사이비 중 한 명이 그걸 봤다. 나는 얼른 다시 솜을 꽉 물었고 그래서 입가에 피를 묻힌 채로 어눌하게 말하는 꼴이 됐다. 그 사람들이 뒷걸음질을 치면서 나보고 어디가 아프시냐고 했다. 내가 사랑니를 뺏다고 하자 그제야 좀 안심하면서 다시 웃었다. 그리고 곧 도에 대한 이야기를 계속하길래 나는 연극 시간이 되었다고 하고 자리를 피했다.

 

 

 연극을 보러 가서 피가 멎고 솜을 뱉었는데도 이가 전혀 아프지 않아서 너무 신기했다. 잎새 치과인지 잎사귀 치과인지 참 잘 뽑았다 생각하고 연극을 봤다. 그런데 2시간 첫 타임이 끝나고 갑자기 목구멍이 아파지기 시작했다. 기분 탓일 거라 생각하고 쉬는 시간 동안 편히 쉬었다.

 

그리고 곧 연극의 2부가 시작되었고 나는 좆됐음을 느꼈다. 연극의 뒷부분 내용이 기억이 나지 않는다. 이 근처에서부터 목구멍까지 욱신거리며 아팠고 열도 났다. 그러고 보니 치과에서 아프기 전에 음식을 먹고 진통제를 미리 먹으라고 했던 것 같다. 오랜 시간 연극을 보느라 음식을 먹지 못했고 약도 물론 먹지 않았다. 연극이 끝날 때까지는 나갈 수 없었다. 연극이 어떻게 흘러가는지도 모르고 버티기만 하다가 끝나자마자 나왔다.

 

 

 이미 자정에 가까운 밤이었다. 집에 가보니 엄마가 죽을 끓여 두셔서 그거라도 먹고 진통제를 먹으려고 했다. 그런데 입이 1센티도 벌어지지 않았다. 입 근처 근육이 놀랐던 건지도 모른다. 커피 끓일 때 쓰는 티스푼으로도 잘 안 들어갔다. 욱여넣으면서 죽을 약간 먹고 진통제를 먹고 잠이 들었다.

 

 다음날 되니 바로 회복해서 전혀 아프지 않았다. 사랑니를 뽑을 때도, 뽑고 나서도, 다음날도 아프지 않았다. 아팠던 것은 뽑고 나서 6시간 후에 진통제를 먹지 않았던 때뿐이었으니 그때만 조심하면 될 것 같다.

 

 아프지 않으니 역시 치킨이 먹고 싶었다. 그리고 나는 사랑니를 한 번에 두 개 뽑은 다음 날 저녁 치킨을 뜯었다.

 

 사랑니 있던 자리에 시커멓게 구멍이 뻥 나 있었는데 그 안에 자꾸 음식물이 끼어서 귀찮았다. 가글하면서 빼낼 때 엄청 시원하다. 일주일 뒤에 집 근처의 치과에 가서 소독을 한번 받았다. 내가 다 못 빼낸 음식물도 물총 같은 것으로 빼주셨다.

 

그리고 성공적으로 아물었고 잘살고 있다는 이야기.

 

 나중에 룸메이트에게 들었는데 치아를 한 번에 뽑는 건 체력이 많이 필요해서 보통 건장한 20대 성인 남성에게나 권유하는 일이라고 한다. 선생님들 저에겐 왜…. 제가 그렇게 건장해 보이셨나요? 그래도 잘 뽑아주셔서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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