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니는 유전이라고 한다. 사랑니가 나는 것도, 그리고 얼마나 악랄한 형태로 자라느냐도 유전이라는 것이다. 하긴 사랑니뿐만 아니라 충치나 치아구조 같은 전반적인 치아의 상태는 대개 유전이라고 한다. 어쨌든 우리 아빠는 사랑니 네 개가 다 나셨다. 그런데 사랑니가 뿌리도 길고 곧게 자란데다 아빠 턱이 각지고 넓다 보니 자리를 제대로 잘 잡아서 그냥 어금니로 사용하신다. 나도 아빠를 닮아서 사랑니가 났는데, 아프지 않게 예쁘게 났다.

 

 

 내가 사랑니를 가지고 있다는 건 고등학생 때 알았다. 처음에는 약간 부었는데 그냥 잇몸 염증인 줄 알았다. 그런데 어느 날 우연히 입안을 들여보다가 잇몸 구석에 하얀 뼈 같은 게 보이는 것을 알아챘다. 세상에 난 그게 턱뼈인 줄 알았다. 치과에 가서 사랑니인 것을 알았다. 의사가 지금 뺄 거냐고 물어봤지만 무서웠던 나는 거절했다. 빼긴 빼려고 마음의 준비를 하는 며칠 사이에 염증은 가라앉았다. 역시 통증이 없어지자 마음도 안일해져서 곧 사랑니에 대한 생각은 잊어버리게 되었다.

 

 

 그렇게 잊어갈 즈음이면 다시 염증이 생기고, 고민하다 보면 또 금세 가라앉기를 반복한다. 한 일 이년을 버티다가 어느 날은 사랑니 잇몸의 염증이 정말 귀찮아졌다. 입안을 거울로 들여다보니 사랑니가 꽤 많이 자라있었다. 인터넷으로 듣기로는 사랑니는 주로 누워있거나 이상한 방향으로 틀어져 있어서 충치가 생기기 쉽다고 했다. 그런데 내 사랑니는 꼭 그냥 어금니처럼 보였다.

 

 

 인터넷으로 신중히 검색해서 사랑니 잘 뽑는다는 곳을 물색했다. 그렇게 고른 곳이 서울 잎새 치과인가 잎사귀 치과인가 이름이 잘 기억 안 나는데 눈을 깜빡하면 이빨이 사라졌다는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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